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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바람이 불면별빛 아래 모아두었던

정세일 2022. 11. 17. 05:05

어느 날인가 바람이 불면

별빛 아래 모아두었던

꿈을 닮은 달콤함의 그림들

민들레의 포근한 미소 안에

꿈을 한 장씩 쓰적거리는 소리에 열어보는

그리움의 못다 함이란

고요함처럼 숲의 정신에서 초록색의 기억을 빌려옵니다

어쩌면 그렇게 소리 없는 이슬비면

누구나 나무가 되도록

견고함과 용기를 동시에 심어놓고

그리움의 언덕이 되어

무지개의 보라색만을 혼자 사랑한

나팔꽃의 이른 아침과 저녁에

거미손으로 천년을 걸어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날에요

슬픔의 시작이

때로는 혼자만의 마음속에 속삭이는

소낙비의 잊어버린 계절이어서

그렇게 봄과 여름이

마음이 귀퉁이마다 그려놓은

탱자나무 가시가 있고

푸른 잎마다

허물을 벗어내고 순수의 시작을 볼 수 있는

호랑나비의 설계도를 꺼낸

비가 오는 풍경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고

대장간과 커다란 망치와

풀무물아래에는

그리움을 다 태우고

남아있는 은근의 작은 모퉁이 일지라도

이제 당신 앞에 서성거리는 반딧불이면 그리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나뭇잎 하나의 고독

어쩌면 운명을 지나쳐 있는

만날 수 없는 숙명 같은

그리고 가슴을 기댈 수 없는 외로움의 존재

그렇게 혼자일지라도

갈대처럼 푸른 숲을 안고 단숨에 달려가

고요함을 다리건너

별과 바람이 되어 손잡고 다시 서보는 것은

이제 그을린 오후 햇살로 정교하게 기다림을 나뭇잎으로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