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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눈부신 날들이여 아름다움은 하나의 입술로 부족하여
정세일
2022. 4. 23. 06:20
그대의 눈부신 날들이여
아름다움은 하나의 입술로 부족하여
두 개의 마음을 가지게 된
어쩌면 처음부터 야생화 이었으리라
누구에게도 한번도
꽃의 마음이라도
고백을 하지 못한
단 하나의 생각을 일치되지도 못했으리라
아무리 모습을 가꾸로
모자를 멋있게 써보아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비바람과 숲의 어두움까지도
한 번에 알아차린
스스로의 모양과 외투를 걸쳐 입고서
그렇게 투박하고
정갈하지 못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처음부터 그렇게 들의 풀잎들처럼
세련되지 못한
꽃의 모양은 있으되 꽃의 형태는 없는
그렇게 처음부터 골짜기에 혼자 있는
별빛만을 사랑한 야생화 이었으리라
씨를 뿌리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면
스스로 김을 매고 땅을 파서
마음을 심고
생각을 심어서
거친 들판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별과 달의 풍차까지도 만들 수 있는
어쩌면 나비들의 영혼을 가져와
바램의 날들을
아낌없이 훨훨 날아가도록 허락할 수 있는
그렇게 처음부터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행복한 야생화 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