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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마음처럼 고요함의 근본이 되어
정세일
2022. 1. 23. 04:39
바람의 마음처럼 고요함의 근본이 되어
천년을 날아오는 긴 기다림
밝은 눈으로 처음과 나중을
마음으로 헤아리는
탱자나무가 보이는 고운 햇살의 가시
그래서 마음의 그리움을 찔러 아림의 근본을 만들어 냅니다
누가 이렇게 고운 씨를 뿌렸는지
고요함과 아늑함이
추수해야 할 나비가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탱자나무 아래 그늘을 찾아와
산과 아침을
그립도록 푸르게 그려놓아
이내 스스로 시냇물이 되고
고요함의 언덕에는 실바람이 소리 없이 불어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날에요
강물처럼 마음이 급해지고
갯벌에 아침이슬이
휘파람 소리를 낼 수 있는 수숫대가 심어놓은
그런 날에 한순간에
이산과 저 산의 울림과 떨림으로
외로움이 동그라미와 세모를 만들고
그리고 초록색이 불어오는 언덕에 혼자 서있습니다
시냇물은 정돈된
갈대의 물갈퀴로
오래됨을 기다리는 사색의 물 들임의 도화지 한 장을 그려내면
고유함이 인내를 지키고
때론 마음을 시험해 보는
노란 단풍잎엔 가을이
보라색 반달은 나뭇잎 배에 오고
어제 운동장에 놀다 남겨놓은
봉선화의 공깃돌
고운 한지로 접기를 반복하면
슬픔과 창문 밖에 있는 맨드라미의 엿들음이 새롭도록
다시 새벽이 오면
당신의 그리움은 앞마당을 서성거리며 서 있습니다
그래서 호호 입김으로
외로움의 넓이와 삼각자로 재어볼 수 없는
그런 고요함의 깊이는
샘물처럼 오랜 시간이 되어야 그리움을 다시 솟아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