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잎이 바람과 별이 되어도
알 수 없는 슬픔의 시간
새들의 노을 속에
가을이라는 하나의 명제를 먼저 정하고
순서마다 계단을 만들어
단풍잎이 걸어와
조그만 샘마다 붉은 거울을 걸어두어
누구든 나비의 마음을 가지고
은행잎 노란 언덕을
그리 비탈진 곳에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이슬비 풀잎이
초록색의 기다림을 거친 바위로 심어두고
아름다움이 붓을 들어
꽃들의 모습을
하얀 안개의 처음 모습
달맞이꽃의 뒷모습을
나리꽃의 물감에서
고운 보라색의 옆면을 하나둘 찾아냅니다.
이렇게 아름다움의 깊이에 빠진
바람의 시간을
그림으로 먼저 그려
생각의 느낌을 먼저 불어넣고
외로움의 나머지를 알고 있는
그리움이 불태워야 할
하얀 도화지에
붉은 노을의 잉크는
나비들의 고요함을 세미하고 정교하게
바람의 이 끝에서
바람의 이 순간에까지 그려두고
봄의 마음이 보내온
별 하나의 그리움
빛날 때마다
고운 슬픔의 의미를 땅에 심고
나무처럼 자라난
가을이라는 외로움이 말하는
숲의 중심을 두고
숲이 먼저 먼저 가버린 언덕만을
곱게 노래로 봉투 속에 넣어
바람 소리 하나의 호흡이 되도록 가을의 곁에 서게 합니다